
10여년 전 PC라인 칼럼을 통해 남다른 통찰과 필력을 보여주던 필자가 있었다. 당시에 읽었던 내용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지만, 그의 칼럼에 대해 더 공감했었고, 더 생각하게끔 만들었다는 기억은 남아있다. 당시 그 잡지에 칼럼을 연재하던 사람들은 나름 그 방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던 유명한 사람들이었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글로써 나를 놀라게 만들었던 사람은 김국현 단 한 사람 뿐이었다.
이후 인터넷을 자주 활용하면서 PC라인과는 작별을 하게 되었고, 군생활과 바로 이어진 만학도(?)로서 수능 준비 등으로 IT와 잠시 작별해야만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 동안 김국현이라는 이름을 떠올린 적은 거의 없었고, 점점 기억에서 잊혀지는 듯 했다. 그라다가 2007년 웹 2.0 경제학이라는 책으로 나에게 다시 신선한 두근거림을 안겨주었고, 그 책은 당시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 다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읽기를 권했던 책이 되었다. 인터넷에 대해, 웹에 대해 알고싶다면 이 책을 읽으라면서......
웹 2.0 경제학 이후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웹 이후의 세계'라는 이름으로 다시 찾아왔다. 웹 2.0이라는 말이 일반화 되면서 일각에서는 웹 3.0에 대한 언급과 이후의 웹에 대한 전망과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안다. 나도 부족한 식견과 생각이지만 나름대로 웹에 대한 미래를 그려보고 있지만, 과연 그 김국현이라는 사람은 어떤 시각으로 웹 이후의 세계를 전망하고 있을까?
우선 웹을 지탱하는 서버들의 진화이다.
흔히 인터넷 기술의 메가트렌드는 '가상화'와 '클라우드'라고 말한다. 둘 다 현존하는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로써 가상화는 한 대의 서버를 여러 대처럼 또는 여러 대를 한 대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고, 클라우드는 서버를 초병렬 시스템 등을 활용해서 서버의 사용량을 체크해 유연하게 리소스를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기존에는 특정 서버마다 용도를 정해놓거나 로드밸런서를 이용해서 부하를 분담하는 시스템에서 진일보한 것이면서, 초거대 인터넷 기업들(MS, 구글, 아마존)의 등장으로 인한 필연적인 발전이기도 하다.
이러한 서버의 진화는 넘치는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인 수단이면서, 아이디어와 개발력은 있지만 인프라는 없는 창업자들에게는 무제한에 가까운 리소스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의 영역인 것이다. 웹 호스팅이나 서버 호스팅을 통해 웹 서비스를 진행하고,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서버를 늘려나가는 일은 이제 클라우드의 등장으로 차츰 사라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긴밀해지는 현실계와 이상계
PC와 휴대폰만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던 시대에서 이제는 모든 기기들이 인터넷으로 접속되어가는 시대로 흘러가고 있고, 그만큼 인터넷에 저장되어지는 정보와 받을 수 있는 정보의 종류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GPS를 이용한 위치정보와 그것을 이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비트를 통해 감성을 전달하는 소셜 네트워크와 매체의 변화를 통해 이뤄지는 서비스의 변화 양상, 점점 사람에게 다가가는 RIA와 UX.... 이상계는 현실계에 그 신경의 촉수를 더욱더 길고 촘촘하게 뻗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현실계의 모든 정보를 수용해 현실계에서는 존재가 불가능한 초월적 정리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환경에는 무관심했던 IT가 저전력화와 데이터센터의 효율화를 통해 환경친화적인 그린IT로의 진화 역시도 현실계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웹의 미래는 과연 희망적일까?
과거 어떤 기술도 시작부터 표준이었던 것은 아니고, 다수 기술자나 사용자들의 지지를 얻어 당시에 가장 적합한 또는 적합해보이는 기술들이 표준이 되어온 것이 IT의 역사이다. MS는 MSN을 통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지만, 더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는 인터넷이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고, 한국의 통신사들(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 역시 계획된 서비스보다는 다수에 의해 쉴 새 없이 혁신이 일어나는 인터넷의 위력 앞에서는 무력했다.
과거의 역사가 말해주 듯 인터넷은 누군가가 계획하고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위정자들은 그런 인터넷의 역사와 본질을 무시한 채 그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인터넷을 통제하려고 한다. 인터넷 발전에 저해되는 요소이면서 실제로 가능하지도 않은 일들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제는 데모나 민란이 현실계에서만 일어나라는 법이 없다. 촛불집회가 서울 광장에서, 청계 광장에서 통제된다면, 마음 속에 촛불을 든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상계에 뭉쳐다니며 시위를 벌이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미 이런 전조는 '성지순례'라는 말로 그 조짐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만일 더 커다란 일이 벌어진다면, 대규모의 성지순례 즉 사이버 민란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이 사회에서 시도하기 힘든 자유의 시뮬레이터는 이상계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급변하는 웹의 발전을 따라갈 수 있을까?
지금 대한민국은 다시 인터넷 기업들을 산란(産卵)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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