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읽었던 김무성의 말바꾸기 18대 대선

 새누리당의 총괄선대본부장 김무성은 대선 막바지인 12월 14일 부산 유세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대중들 앞에서 낭독했습니다. 당시 읽었던 대화록은 744글자가 동일하다고 하지만, 사실상 대화록에 기록된 '대화체'의 내용을 '연설체'로 바꾼 것일 뿐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몇 글자가 동일하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고, 온전한 형태의 대화록이 새누리당에게 넘겨졌다는 추론도 무리는 아닙니다.




 당시에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서 잘 몰랐지만, 그것이 알려진 것은 2013년 6월 26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했던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김무성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

 "그걸 몇 페이지 읽다가 손이 떨려서 다 못 읽었다"

 "그 원문을 보고 우리 내부에서도 회의도 해 봤지만, 우리가 먼저 까면 모양새도 안좋고 해서 원세훈에게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원세훈이 협조를 안해줘가지고 결국 공개를 못한 것"

 "그런데 내가 너무 화가 나서 대선 당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3시쯤 부산 유세에서 그 대화록을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울부짖듯이 쭈울 읽었다"

 당시 그 발언이 문제가 될 것 같자 속기록에서 지우라고 지시하기도 했지만 뷰스앤뉴스발로 결국 기사화가 됩니다.

 그렇게  기사화가 되자 김무성은 유출자들을 색출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문자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제 대표님 발언을 유출한 사람은 김재원 확인해준 사람은 서병수 이혜훈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공개회의에서 최경환 원내대표께 NLL국조를 제안하자고 건의드릴 참입니다"

 "대표님 신상발언신청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유출자로 지목됐다는 소식이 김재원 의원에게도 들어갔는지 곧 다음과 같은 문자가 전송됩니다.


 "형님 김재원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뵈려고 전화드렸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먼저 문자메시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최고중진회의에서 형님 말씀하신 내용에 대한 발설자로 제가 의심받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맹세코 저는 아닙니다. 저는 그저께밤 30년 단짝친구가 사망하여 수원 화장장 장례식에서 밤새 있다가 회의에 들어갔던 터라 비몽사몽간이어서 형님 말씀에 대한 기억도 없었습니다. 오후에 김동현 기자 전화가 찍혀 있어서 전화한 적은 있지만 '회의 중 깜빡 졸아서 아무 기억이 없다'고 말해준 것이 전부입니다. 저는 요즘 어떻게든 형님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노심초사 중이었는데 이런 소문을 들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형님께서 무엇이든 시키시는 대로 할 생각이오니 혹시 오해가 있으시면 꼭 풀어주시고 저를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중에 시간을 주시면 찾아뵙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문자메시지 치고는 굉장히 장문입니다. 컴퓨터 키보드로도 치기 귀찮을 정도로 긴데, 당시 김재원 의원이 얼만 절박한 심정이었는지가 잘 드러납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인지 조폭들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매우 중대한 사건의 실마리가 드러났음에도 지상파 뉴스들에서는 해프닝 정도로 보도됐고, 야당에서는 문제제기를 했지만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했던 변명들은 이런 식이었습니다.

"대선 당시 정문헌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 내용에 관한 문제를 제기해 본인이 정 의원에게 구두로 어떻게 된 사안이냐 물었고, 정 의원은 구두로 설명해줬다"며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민주평통 행사 등에서 NLL 문제와 관련해 발언하신 내용을 종합해서 만든 문건이 있었다. 이 문건을 갖고 부산 유세 당시 연설에 활용한 것"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지적에 "그거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저희가(기자들이) 읽어보니 거의 똑같더라'는 지적에는 "왜 그렇게 됐는지…(내용이 같은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출처가 찌라시라고 합니다. 그러나 찌라시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실렸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김무성 뿐 찌라시 관계자들이나 기자들 대부분은 부인하거나 믿지 않고 있습니다. 국정원으로부터 넘겨받았을 경우 부정선거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질 것을 차단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일관된 말로 이유를 대도 믿을 수 없는 내용들인데, 일관성도 없습니다. 따라서 거짓말로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당연히 국정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이기 때문이겠죠. 집권여당의 총괄선대본부장이 찌라시를 보고 수많은 군중들과 카메라 앞에서 직접 읽는다는 것을 납득할 상식적인 사람들은 아마 없을겁니다.

 국정원에서 새누리당측에 대화록을 넘겨줬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기사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나왔습니다. 내용인즉 선거를 이틀 앞두고 국정원에서 대화록을 받았다고 하는 것입니다. 또 국정원측에서 대화록을 공개하라는 전화를 받았냐는 질문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봉인했다'는 말로 받았습니다. 


 비밀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근거는 또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돌아다니는 것 많지 않느냐. 정확히 어떤 걸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국정원이 생산한 것도 있고…”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회의록은 현직 대통령이라도 열어볼 수 없다. 그건 불가능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놀라운 말은 '돌아다니는 것 많지 않느냐'라는 것입니다. 국가기밀인데 어떻게 관리했길래 돌아다니는게 많다는 말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정황은 너무나 뻔하고 당연합니다. 문제는 검찰의 수사의지인데, 애초에 검찰은 수사의지 자체가 없었습니다. 이진한 2차장은 이미 서면조사서를 보냈으면서도 김무성 의원에 대한 조사방식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하기도 했습니다.(한겨레 11월 7일자) 논란이 커지기 전에 김무성 측에서 소환에 응하겠다면서 스스로 검찰 출두를 결정해서 이진한 차장의 거짓말은 부각되지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검찰은 무혐의를 위한 요식행위만을 계획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13일 검찰에 출두해서 9시간 조사를 받긴 했지만,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입니다. 차기 당권주자, 대권주자인 여당 실세 의원의 정치적 생명은 검찰의 손에 달려 있는데, 만약 검찰 본연의 임무대로 성실히 수사해서 진상을 드러내면 어떤 형태로든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고, 담당검사는 그저 검사로서의 일을 한 것일 뿐 특별한 무언가를 기대하기 어려울겁니다. 게다가 지난 대선의 부정선거에 대해 수사의지를 가졌던 채동욱, 윤석열, 박형철 검사들은 모두 자리를 잃거나 징계를 앞두고 있습니다. 정권의 아킬레스건이기을 건드렸던 사람들 중 무사한 사람이 없습니다. 이진한 검사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반면 김무성에게 무혐의 결론을 내려주면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린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김무성 정치생명의 은인이 됩니다. 그 보답은 김무성이 권력을 잡았을 때 푸짐하게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실히 수사하면 분명한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고, 덮어주면 탄탄대로가 펼쳐져 있을 때 왠만한 정의감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누구라도 탄탄대로를 선택할 것입니다.

 김무성이 너무나 분명한 범죄 혐의에 대해 말도 안되는 변명을 했음에도 무혐의를 받을 확률이 높은 것은 씁쓸하긴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다만 무혐의로 덮는다고 하더라도 합리적 사고를 가진 시민들이라면 의심을 거두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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