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등에서 내릴 날만 남은 박근혜 18대 대선

 호랑이 위에 있는 사람...

 기호지세[騎虎之勢]라는 말이 있습니다. 호랑이 등에 탄 형세로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내리면 바로 호랑이에게 물려서 죽기 때문에 손아귀와 팔다리의 힘이 허락하는 한계까지 꽉 붙들고 있을 수밖에 없지요. 흔히 권력을 쥐고 휘두르는 사람들에게 많이 쓰이는 표현입니다. 중간에 내리면 무책임한 사람이 되어 지지자들로부터 불신임을 받게 되거나 법적인 처벌 때문에 정치적 생명은 물론 목숨이 끊기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재 박근혜 댓통령의 상황도 기호지세라는 말이 적절하게 표현해주는 것 같습니다. 부정선거 시비가 있지만, 여기서 권력을 내려놓는 선택을 하게 되면 자신은 물론 새누리당과 보수진영 전체가 궤멸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서 어떻게든 권좌를 지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모습에서 엿보이는 부담감은 인간적으로 측은해 보이기도 합니다.

 현재 매우 강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일견 강한 통치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실상은 매우 불안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여러차례 노출했습니다. 그것은 국면전환을 위해 놓았던 묘수처럼 보이는 꼼수들입니다.

 우선 민주당의 공세를 꺾고 국면전환을 꾀했던 NLL공작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선거 때 이미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을 '안보불안세력'으로 매도하기 위해 국가기밀을 유출해서 써먹었던 카드인데, 아직 논란이 해소되지 않아 약발이 남아 있을 때 공개함으로써 정국을 혼란으로 몰아넣어 부정선거에 대한 이슈를 희석시키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NLL이라는 카드는 최초에 '노무현은 NLL을 포기했다'로 시작해서 그게 먹혀들지 않자 '김정일 앞에서 굴욕적인 저자세 협상이었다'로 공격의 자세를 전환했다가 그것도 시원치 않자 '사상 초유의 사초폐기다'로 바꿔서 1년을 끌어왔습니다.
 현재로서는 노무현 대통령은 NLL을 양보하거나 북한에 대한 굴욕적 협상을 하지 않았음이 명백해졌습니다. 따라서 사초를 폐기할 어떠한 동기도 찾을 수 없어서 결국 실패한 선전이 됐습니다. 반면 김무성, 서상기, 정문헌, 권영세 등에 대한 혐의는 아직 남아 있는데다가 사초유출이라는 범죄의 정황도 분명한 편이라서 역풍을 어떻게 방어할지를 고민해야할 처지가 됐습니다. 이것은 부정선거를 방어하기 위한 꼼수의 댓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당보다 작지만 새누리당에 대해 더 강한 적대감을 갖고 있고, 공격할만한 약점도 많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공격도 있었습니다.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있었고, 곧 이어서 '통진당 해산심판청구'도 있었습니다.
 이석기 사건은 현재 공판이 진행중이고, 국정원이 주장하고 수많은 방송에서 확정된 사실처럼 떠들었던 내용들이 적지 않게 뒤집히며 재판의 결과가 정부가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심지어 증거조작 의혹까지 나와서 자칫 '서울시청 간첩'사건의 재판이 될 가능성도 보입니다. 만약 이 사건에서 '내란음모'에 대해 무죄가 나올 경우 언론이 아무리 축소보도를 한다고 해도 지난 늦여름의 메가이슈였던 만큼 후폭풍은 작지 않을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에서 검토중인 통진당 해산심판의 경우 보수적인 헌법재판관 6명이 포진하고 있다고 해도 정당 해산이라는 것이 워낙 위중한 사안이라 충분한 근거가 있더라도 신중을 기해야 하는 건인데, 얼마 전인 11월 14일 자료 불충분으로 보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법무부가 2년간 많이 준비했다고 했던 말이 무색해지는 결정입니다. 이렇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 건도 정부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 힘들지 않나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이 또한 실패할 경우 작지만 매서운 통진당의 반격도 감당해야할 것입니다.


 호랑이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던 행동들...

 'NLL 공작', '이석기 사건', '통진당 해산' 등의 사건들은 호랑이의 머리털을 잡아당겨 호랑이가 일시적으로나마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뛰게 만든 행동이었으나 결과적으로 호랑이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던 행동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모두 실패할 경우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비난을 넘어서 '부정선거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공작'으로 몰려서, 자신의 머리털을 잡아당긴 사람에 대한 분노한 호랑이의 응징처럼 속임당함을 깨달은 국민들의 분노는 후일 더 무서운 결말로 안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알았을텐데도...

 청와대는 대한민국 행정부의 정점이고, 국가의 모든 핵심정보가 모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 형식적인 설명을 붙이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입법, 사법, 행정부 모두를 통틀어서 서열 1위의 기관입니다. 검찰이 122만건의 트윗을 발표하기 훨씬 전, 아마도 집권 초반에 국정원을 비롯한 다수 국가기관의 보고를 통해 온갖 기관들의 대선과 정치개입의 전모를 파악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위중한 사안의 진상파악도 못하고 있었다면 그 대통령은 스스로 허수아비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밖에 안됩니다. 그러나 알고도 '국정원으로부터 도움 받은 적 없다', '내가 댓글 때문에 당선됐다고 생각하세요?', '나와는 상관 없는 일' 이라고 했던 말들이 모두 사악한 거짓말이 되어버립니다. 드러난 진실과 공존할 수 없는 지난 날의 발언들은 박 댓통령 앞에 '바보가 될 것인가? 거짓말쟁이가 될 것인가?'라는 제한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아넣었습니다. (현재 누구도 그것을 추궁하고 있지 않지만...)
 둘 중 무엇이 진실인지는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본질은 부정선거가 실제로 일어났고, 박근혜이건 아니건 청와대에서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은 부정선거의 전모를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진상규명에 대한 노력은 커녕 방해공작만 벌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진상규명에 대한 노력이 없었고, 방해만 했다는 사실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지금까지 국방부, 보훈처, 행안부 등에 의한 정치와 선거개입들이 모두 야당에 의해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또 국정원에 대한 수사가 이토록 오래 걸리는 것도, 그 과정에서 수많은 잡음들이 일어나는 것도 정권 차원에서 방해하고 있다는 근거입니다. 

 '국정원으로부터 도움 받은 일 없다'는 말이 사실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왜 정부의 최고책임자가 금방 탄로날 거짓을 말했을까요? 왜 수사를 지원하기는 커녕 의지 있는 사람들이 하나하나 날아갈까요?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고, 지난 정권의 일이라면 왜 검찰은 국정원을 수사하는데 이토록 힘들어하는 것일까요? 수사를 독려해서 빨리 의혹을 털어버리면 정통성 시비를 끝내고 본래의 국정에 집중할 수 있었을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요? 야당에 대한 수사처럼 속도를 냈다면, 부정선거의 전모는 길게 잡아도 반년 안에 모두 드러났을 것이고, 수사 과정에서의 각종 잡음이 없었을 것이고, 잡음이 없으면 외압 의혹도 없었을 것입니다.

 '국정원으로부터 도움 받은 일 있다'
 '나와 상관 있는 일이다'
 '지난 정권만의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댓통령의 말들을 반대로 돌려보면 그간의 행동들이 명확히 이해됩니다. 그것은 박근혜 댓통령의 행동들이 말과는 반대로 진행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선거들이 순리대로 치러졌다면...

 지난 총선과 대선은 이명박 정권의 패악질로 인한 민심 이탈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에게 불리한 선거가 될거란 전망을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두 선거 모두 새누리당의 압승, 낙승이었습니다. 언론들은 박근혜의 리더십과 인기를 지목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부정선거가 치러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대선이 되어서야 실체가 드러났고, 지난 1년간 드러내려는 자와 숨기려는 자가 숨바꼭질과 공방을 벌이는 동안 정치는 실종되고 갈등은 증폭됐습니다. 결국 박근혜의 비전도 문재인의 비전도 실현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국민을 대표해서 국회에 들어간 사람들은 수준높은 정책토론을 할 시간에 불법, 부정선거에 대한 정쟁을 하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습니다. 국민들은 서로를 종북과 꼴통으로 부르며 서로를 미워하는 대분열의 시대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만약 지난 선거들이 순리대로 치러졌다면, 우리가 지난 1년간 겪어왔던 저질스러운 분쟁과 갈등 대신에 미래로 가는 길을 논의하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누가 승리하든 2~3달이 지나면 대다수는 결과에 승복하고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고, 그의 비전을 인정하고, 국가의 발전을 위해 마음을 모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는 그런 상황과 완전히 다르게 흘러왔습니다. 선거의 결과를 국민에게 맡기는 겸허한 정치인의 자세를 외면한 교만한 사람들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의 부패가 드러날까 두려워 그것을 은폐하려는 자들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차례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이했고, 그것을 극복하며 여기까지 왔던 저력이 있습니다. 언론이 장악되어 있고, 민주주의가 자리잡았다는 착각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지만, 실존하는 위기는 무엇으로도 가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수의 국민들이 진실을 깨닫는 날이 호랑이 등에 탄 사람이 떨어지는 날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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