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을 물을 수 없었던 이유 18대 대선

 종교계와 시민사회에 이어 야당의 일부 국회의원들까지도 박근혜 댓통령의 퇴진을 언급했습니다. 국회의원이 공식적으로 대선의 정당성을 부정한 첫 발언이라 파장이 상당히 컸었고, 정부와 여당이 현재의 태도를 고집하는 한 이런 목소리를 내는 야당 의원들은 늘어날 것입니다.

 정부나 여당에서는 대선 결과를 아직도 인정하지 못하는 야당이 대선불복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야당 의원들의 윤리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이미 국정원이나 국방부 모두 개인적 일탈이라는 여당의 주장이 통하지 않게 된 상황에서 불복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야당을 공격하는 것만이 현재 정부와 여당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일견 이해는 가지만 점점 최소한의 용서라도 받을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 아닌지 여러모로 걱정스럽습니다.

 야당이 대선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와 여당의 탓이라고 단정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시점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만약 박근혜 댓통령의 말대로 정말 모르는 일이었고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면, 박근혜 댓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새로 임명한 국정원장에게 원세훈 원장 시절 국정원에서 벌어졌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의 진상조사를 철저하게 실시해서 범죄 사실과 가담한 사람들을 모두 찾아내서 적절한 사법조치를 취했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범죄 사실을 명쾌하게 정리한 다음 '지난 대선은 관권선거로 치러졌으므로 대선 결과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을테니 재신임을 받겠다'는 선언을 했더라면 아마도 압도적인 지지로 재신임을 얻었을 것이고, 야당이 대선 결과에 대해 시비를 거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 이후라면 여당도 국정원을 옹호해줄 필요가 없으니국정원 개혁에 대한 논의도 훨씬 더 순조롭게 진행됐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에 박근혜 댓통령의 말과는 달리 현 정부에서도 부정선거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하고 사퇴했어야 함이 옳았습니다. 물론 그러기에는 스스로도 아주 많은 용기와 보수진영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위험이 있었겠지만, 불법과 부패로 점철된 보수를 일신하고 친일과 독재로부터 자유로운 합리적이고 청렴한 보수가 대한민국에 새롭게 등장해서 대한민국 정치의 수준이 여러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라면 아픈 결정을 내려야 했지만, 그런 용기가 있는 사람이었다면 부정선거를 하지도 않았을테니 이 경우는 가능성이 없는 경우라 하겠습니다.

 국정원 사건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국민들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더라면 비록 관권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라도 그 자신은 떳떳하며, 국가를 운영할만한 능력을 갖췄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재신임을 묻지 못했던 이유는 청와대 참모들이나 여당의 두뇌들이 그렇게 수습할 생각을 하지 못해서였을까요? 아니면 공범이었기 때문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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